인사말
서울대 정치경제철학(정경철) 연계전공 방문을 환영합니다.
얼마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 군의 임무를 보조하던 아프카니스탄인 300여명이 군수송기를 타고 입국하여 충북 진천에 도착했습니다. 잘 차려입은 아프칸 어린이들이 지역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한국에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기사는 전 세계의 주요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들처럼 탈출 못한 사람들 중에는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려 추락하는 사람도 있었고 폭탄테러로 사망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질까요? 왜 한국군이 아프카니스탄에 주둔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미국은 자국의 병력을 갑자기 철수했을까요? 애초에 그곳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아프카니스탄인들은 자신들이 일군 부와 명예를 버리고 목숨을 건 탈출을 선택했을까요?
하나의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이 사건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답할 수 없고, 이런 비극을 막을 대책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문명의 종말, 인간의 멸종까지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장가격이 기준이 되어, 국가는 경쟁적으로 GDP 성장을 추구하고 개인과 기업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의 결과입니다. 시장가격이 담아내지 못했던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가치가 쇠퇴하여 일어난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 국가는 그토록 GDP 성장을 중요시 할까요?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요? GDP는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을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왜 다른 많은 가치를 뒤로 하고 시장이 매기는 가격이 경제활동의 기준이 되는 것일까요? 시장가격이 다른 가치에 우선하나요?
이 역시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알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도덕적 가치판단, 국가 혹은 개인의 권리, 법과 정치 그리고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만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사회와 문명의 문제들을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기계적, 기능적 지식만을 강조하는 파편화된 대학교육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정경철 연계전공 프로그램은 이런 분야별 대학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통합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대학교육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정경철 연계전공을 통하여 많은 학생들이 미래를 개척하는 도전적 지식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